
그날은 유독 지쳤던 하루였다. 계속된 이동과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새 마음까지 조금씩 닳아 있는 걸 느꼈다. 이유 없이 끌리는 곳이 있었다. 간판도 없고 특별할 것 없어 보였지만, 괜히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던 조용한 공간. 말이 없었다. 무언가를 권하거나 서두르게 하지도 않았다. 그저 천천히, 조심스럽게 내 하루가 정리되어 가는 느낌이었다.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인정하게 됐다. 누군가의 손길보다, 공간의 공기보다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그 순간이.